첫사랑 이야기(7)
수능을 치루고 서로 시험 망쳤다며
우리 둘다 어디 바닷가 절벽에 가서 뛰어내려야 된다면서
니가 먼저 뛰면 내가 바로 따라 뛴다니까
지가 먼저 뛰면 좋아라 딴년 만날꺼 아니까
나보고 먼저 뛰면 자기도 따라 뛴다고 하길래
겁이 많아서 높은 계단도 못내려오는게 잘도 뛰겠다 하니까
무서워서 그건 안되겠다고 일단 계획 취소..
그러고 보내다가
어느날 아침 일찍 전화가 왔네
근데 대성통곡을 하면서 뭐라고 뭐라고 흐느끼는데 머리털이 쭈볏 서드라고
짧은 시간에 별생각이 다들어
할머니가 돌아가셨나 혹시 안좋은 일이라도 생겼나..
그래서 난 일부러 침착한 목소리로 괜찮다고 내가 금방 갈꺼니까
안심하라고 무슨일이냐고 누가 다쳤냐고 그러니까
내 목소리를 들으니까 안심이 돼서 그런지 완전히 방언터진것처럼 통곡을 하는데
좀 듣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내가 소리를 질렀지
무슨 소리 하는거야 내가 알아듣게 얘기해야지 정신차리고 똑바로 말해
그러니까 얘가 정신이 좀 들어왔는지
왜 소리를 지르냐고 지금 슬퍼서 죽겠는데 소리 지른다고 또 곡을 하네
아 본능적으로 뭔가 위험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달래는 목소리로 미안하다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얘기하라고 하니까
꺽꺽대면서 몇 일 전에 새끼 강아지를 한 마리 얻었는데 어저께 동네 꼬마들이 놀러와서 과자를 주고 그러더니 아침에 일어나보니 강아지가 죽어있는 사단이 벌어졌단거네
어이가 없고 허탈하기도 해서 그냥 웃었더니만 왜 웃냐고 자기는 슬픈데 왜 웃냐고 또 한바탕 곡을 하네 주인을 잘못만나 몇일 살지도 못하고 밤에 혼자서 얼마나 아팠겠냐면서...
이 강아지 어떻게 하냐면서 그러기에 어디 버려야지 그러니까
자기는 강아지 묻어줄꺼라네
그래서 그럼 집뒤에 나무밑에 묻어라고 그래서 날마다 가서 곡을 하라고 하니까
아니 전망좋은데 가서 묻어줄꺼라고
그러면서 빨리 장례식 준비하러 오라고 그래서
내가 왜 가냐고 하니까
강아지 보내는데 외롭게 보내기 싫으니까 같이 있어야 된다고
자기가 죽어도 혼자 보낼거냐면서 징징대길래
그냥 갔다
가니까 눈이 퉁퉁 부어가지고 입이 한발이나 튀어나와서 나이키 운동화 박스를 무슨 유골함처럼 들고 서가지고 있네
참 가관이더군
안에 강아지 있어 그러니 있다고 해서 두껑을 열어보니 뭔 털실같은데 강아지가 싸여있네
그래서 그게 뭐냐고 하니까 나 줄려고 목도리 짜고 있었는데 강아지가 너무 추울까봐 덮어줬다네.
그래서 너 지난번 스웨터 짜준다고 이리저리 치수재고 하더니만 왜 목도리로 바꿨냐고 하니까
목도리가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바꿨다고
스웨터를 니가 어떻게 만드냐 아무나 못만들지 그러니 목도리가 사실 더 어렵다고 얼마나 힘들줄 아나면서 모르면 조용히 하라고 어려운 목도리 먼저 짜고 나서 나중에 쉴 때 스웨터는 이틀이면 짠다고 그러네..
어쨌든 나 줄려고 짜고있던 절반도 못만든 자주색 목도리로 강아지를 싸매고 산 중턱까지 올라갔네
그냥 큰 나무 밑에 묻자고 하니까 양지 바른 곳에 묻어줘야 된다고 어찌나 고집을 부리길래
그냥 꾹 참고 한참 올라가서 삽으로 흙을 좀 떠내고 박스를 내려놓으니
우리 강아지 얼굴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보고싶다면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영화를 찍네
일부러 어깨를 감싸고 일으켜 세우면서 그래 좋은 곳으로 갈거야 니가 이렇게 슬퍼해주니
그러면서 기분을 맞춰줬지 그래야 빨리 내려가지 추워 죽겠는데..
그리고 흙을 조금 더 덮고 봉분을 조그맣게 만들고 있으니까
어디서 나뭇가지 두 개를 주워서 십자가를 만들어서 봉분위에 꼿고 있네
너 교회도 안다니는데 왜 그러냐 하니까
무덤에 십자가를 꽂아놔야 다음에도 찾을 수 있을거라네
그래서 벌초 다닐 거야 그러니
마음이 허할때마다 무덤에 와서 강아지랑 놀아줄거라네
그래 많이 그래라 하고 바쁘다고 끌고 내려왔다
산에서 내려오니 아침부터 너무 슬픔이 커서 진이 다 빠졌다며
그래서 뭐 좀 먹으로 가자 그랬더니
떡볶이와 오뎅이 먹고 싶다네
분식집에 가서 떡볶이 오뎅 라면을 시키고 앉아있으니
오늘같이 슬픈날 그래도 내가 옆에 있어서 많이 힘이 됐다면서
앞으로 나한테 잘..이러고 있는데 주문한 음식이 나왔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한다고 다시 말해봐 그랬더니
두 눈동자에 떡볶이가 반짝반짝 빛나면서 이미 영혼이 넘어갔더라고
아침을 굶어서 그런지 오뎅과 떡볶이를 미친 듯이 먹길래
야 지금 강아지 묻어주고 왔잖아 너 너무 먹는거 아니야 그랬더니
잠깐 정신을 차리고 약2초간 부끄러워하는거 같더니
너무 슬퍼서 칼로리 소비가 많았다나 속을 풀어야 된다면서 내 라면 그릇까지 자기앞으로
가져가네..
야 이거 말이 돼..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대성통곡을 하던 애가 분식 3인분을 혼자서
조지네
다 먹고 나더니 배가 불러서 잘 걷지도 못해 부축해서 집에 데려다 줬다
그러다 한달 정도 지났나
야 그 강아지 무덤 한번이라도 갔냐 물어보니
무슨 생뚱맞은 소리 하냔 듯이 엉...이러고 있다가
이제 생각난거지
헛기침을 하고 갑자기 숙연한 눈빛을 만들려고 하는데 되냐 그게
하는 말이 자기 마음속에 강아지가 있기 때문에 안가도 괜찮다네
그래서 무슨 3년상이라도 치를 것처럼 슬퍼하더니만 한번을 안가냐 그러니
너무 춥고 뭐라고 뭐라고 궁시렁거리네
그리고 난 준다는 목도리는 어떻게 됐어 그러니
강아지를 잃은 슬픔이 너무 커서 강아지와 관련된 모든 것들은 단기 기억상실증이
걸려서 아무것도 기억이 안난다네
목도리는 강아지와 관련이 없잖아 그러니
강아지를 덮어줬기 때문에 관련이 생긴거라네
그래서 털실과 바늘 볼때마다 힘들다고....
내가 싫다는 것 지가 억지로 짜준다고 할때는 언제고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러니
갑자기 내옆에 와서 손을 꼭 잡더니 강아지 생각하니
또 눈물이 날 것 같다면서
마치 지난 일들이 마치 꿈만같이 느껴진다고
강아지 이전과 이후로 자기 삶은 뭔가 바뀐 것 같다고
그런 말도 되지 않는 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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