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v.daum.net/v/20220504175916110
3일(현지시간) 가디언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프라밀라 패튼 UN 전시 성폭력 특별대표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 군인의 성폭력 피해자에 남성과 소년도 포함돼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패튼 대표는 "남성 피해자는 범죄 신고가 더 어려울 수 있기에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서 잔혹한 성폭력 의혹이 제기되며 모든 경고 신호에 빨간 불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폭력 범죄 처벌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며 국제사회에 가해자 책임 추궁을 촉구했다.
UN은 우크라이나 당국과 협력해 러시아군을 형사재판에 세우기 위해 조사 중이다. 이날 UN은 6명 규모의 수사팀이 조만간 우크라이나 현지 국제 감시팀에 합류해 성폭력을 잠재적 전쟁 범죄로 기록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이리나 베네딕토바 우크라이나 검찰총장도 키이우 인근 소도시 이르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러시아군의 성폭행을 신고해왔다"며 "대규모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베네딕토바 총장은 "피해자들이 아직 말할 준비가 안 된 상태"라면서 "생존 피해자 일부는 나라를 떠났지만, 일부는 아직 러시아군이 장악한 지역에 머무르고 있어 보복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구체적인 피해 규모와 사례는 공개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군이 북부 전선에서 퇴각한 후 지난 한 달 동안 성폭력 피해 사례를 수집해 왔다. 지난달 초에만 400여건의 러시아 군인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접수됐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민간인 대학살 정황이 드러난 키이우 외곽 소도시 부차에서 여성 25명이 한 지하실에 감금된 채 조직적으로 성폭행당한 사례가 드러나기도 했다. 법의학자들은 집단 무덤에 묻힌 여성들이 살해당하기 전에 성폭행당한 사례도 발견했다고 전했다. 베네딕토바 총장은 "러시아는 성폭행을 계획적인 전략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이는 시민사회를 겁먹게 해서 우크라이나가 항복하도록 만들려고 모든 짓을 다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조사관들은 성폭력을 저지른 러시아 군인들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 이 중 1명에게 강간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전쟁 범죄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이미 철군한 러시아 병사들에 대한 기소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교전이 치열했던 이르핀에서도 민간인 고문·학살 등 전쟁 범죄 증거가 발견됐다. 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검찰은 3일 이르핀에서 전쟁범죄 수사팀이 포렌식을 진행한 결과 290구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베네딕토바 총장은 "러시아군 1명이 최소 10명의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고문한 정황이 확인됐다"며 "피해자들은 휴대전화를 압수당하고 음식과 물 없이 갈비뼈와 다리를 구타당했다고 증언했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이르핀에 머물렀던 부대가 러시아 제64 기계화 여단이라고 파악했다. 부차에서 민간인 납치·고문을 자행한 것으로 지목되는 부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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