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2-11-26 03:10
무료백경
 글쓴이 : 송양천
조회 : 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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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렵
하루가 꼬박 지나도록 귀장낭인은 주작검을 돌려 달라 말하지 않았다. 무료백경 귀호도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도 청풍에게 주작검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꺼내지 않았다. 일부러 언급을 피하려 했거나
그대로 청풍에게 주려는 의도인 것 같았다. 무료백경 그럼에도. 청풍은 도리를 지키려 했다. 무료백경 되돌려 주려는 것. 관군도 단심맹도
적들의 추격이 더 이상 감지되지 않는 한 낮의 벌판에서
청풍은 귀장낭인을 향하여 주작검을 내밀었던 것이다. 무료백경 “받으시오.” 완만하게 휘어진 주작검 검날에서 태양이 부서지고 있었다. 무료백경 화사하게 피어나는 검광(劍光)을 보는 귀장낭인과 귀호. 그들이 지은 표정은 경악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무료백경 이대로 청풍이 주작검을 차지한다 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인 까닭이다. 청풍이 없었다면 녕양 땅을 벗어날 수 없었을 터
청풍은 귀도 일행에게 생명의 은 무료백경 인(恩人)이나 진배없었다. 그 대가로서 주작검을 요구한다면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놀라움이 불러온 정적 끝에 귀장낭인이 고개를 흔들고 말았다. 무료백경 “그것은.........다시 받을 수 없습니다.” 귀장낭인의 목소리에는 침중함이 가득했다. 무료백경 청풍의 두 눈에 담긴 순수함을
낭인들의 세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정대함을 보면서 그들은 어떤 느낌을 받은 것일까. 귀장낭인이 받을 수 없다 말하는 데에도 청풍은 주작검을 거두지 않았다. 무료백경 “아니오. 이것을 이렇게 얻을 수는 없소. 법도에 맞지 않아.” 청풍의 대답에 귀장낭인이 다시 한번 고개를 흔들었다. 무료백경 “법도를 논한다면 도리어 틀린 말이지요. 은원은 분명해야 하는 법
그것이라도 가져가는 것이 옳습니다.” 귀장낭인의 말은 단호했다. 무료백경 검을 내밀고 있는 자와
그것을 받지 않으려는 자. 귀장낭인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무료백경 “분명히 하겠습니다. 주작검은 되돌려 받을 수 없습니다.” 확고한 한마디였다. 여전히 납득할 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청풍에게
귀장낭인의 말이 이어졌다. 무료백경 “다시 말하지요. 그것을 안 받겠다는 것이 아니라 받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받을 수 없다?” 무료백경 약간은 다른 의미가 전해지는 말이었다. 청풍의 눈에 의아함이 깃들었다. “말 그대로입니다. 그것을 되돌려 받아도 들고 다닐 능력이 없다는 것이죠.” 무료백경 “?!” 청풍의 얼굴에 떠오른 의혹이 더 짙어졌다. 주작검을 들고 다니던 이가 누구였던가. 무료백경 녕양 땅
적신당에서는 주작검으로 신비한 불꽃의 술수까지 부렸으면서 다룰 능력이 없다니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무료백경 “잘 알고 있을 텐데요. 그것을 함부로 잡을 수 없다는 것.” 물론 잘 알고 있다. 무료백경 그렇기에 더욱 놀랐던 일이지 않던가. 주작검을 휘두르며 술법을 펼치던 귀장낭인의 모습은 확실히 충격적인 일이라 할 수 있었다. 헌데 이제 와서 함부로 다룰 수 없다는 이야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앞뒤가 안 맞는 것이다. 무료백경 “하지만.......” “잡을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잘 다루는 것 같았다는 말입니까? 그것은 그저 그렇게 보였을 따름입니다.” 무료백경 귀장낭인의 입가에는 쓴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그가 주작검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요. 그런 강력한 무구는 아무나 다루는 것이 아닙니다. 무료백경 선택되지 않은 사람이 그것을 쓰려면 최소한 두 가지 중 하나가 갖추어져야 하지요.” “두 가지?” 무료백경 뜻밖의 곳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주작검을 쓸 수 있는 방법
감추어져 있던 비밀 한 구석을 엿보는 기분이었다. “두 가지. 두 가지 중 내가 택한 방법이 바로 술법입니다. 무료백경 주작검이 지닌 힘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 이 같은 부적 칠십 이 장이 필요했지요.” 귀장낭인이 품속에서 한 장의 부적을 꺼내 들었다. 주작검을 온통 감싸고 있던 부적들과 같은 부적이었다. 무료백경 “주작검을 들고 다니려면 또 다시 봉인(封印)의 술(術)을 써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기엔 시간과 공력이 지나치게 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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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 가장 정보에 밝은 인물이라고 볼 수 있었다. 무료백경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 공자가 십대 초인
무료백경 아니 구대 초인의 일인이지만 현재의 사태는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심 각합니다. 오룡맹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고
구중부나 사자맹도 그리 무료백경 우호적이지 못합니다. 여차하면 언제든지 적으로 돌변할 수 있는 분위 기입니다." 무료백경 "많이 심각한가요?" 무료백경 "그나마 공자님에게 우호적인 무인들이 존재하나 그들 대부분은 철 무련에서 변변한 직책 하나 소유하지 못한 인물들입니다. 만약의 사태 무료백경 가 벌어졌을 때 그들의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는 무립니다." 무료백경 "음!" 소호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순간에도 남자의 말은 계속 이어지고 무료백경 있었다. 무료백경 "현재 오룡맹에서는 전왕을 처단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당장은 오룡맹에 국한되어 있지만 강호에서 남궁세가의 위상을 생각해 무료백경 볼 때 조만간 다른 세력들도 그에 동조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의 입 장에서 봤을 때 단 공자는 철저한 외인이니까요." 무료백경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다는 말은?" 무료백경 "두 가지를 뜻합니다. 이쯤에서 단 공자와 완전히 손을 떼느냐
아니 면 철무련에서 손을 떼느냐입니다." 무료백경 "음!" 무료백경 "어중간한 상태로는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을 겁니다. 아가씨께서 결정을 하셔야 합니다." 무료백경 소호가 턱을 괴었다. 무료백경 그녀는 손가락으로 책상의 모서리를 두드리며 고심에 잠겼다. 그녀 입장에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비록 그녀가 단사유를 지지 무료백경 하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녀는 대천상단이라는 거대한 조직의 안위를 먼저 생각해야 했다. 무료백경 그녀의 고민은 길어졌다. 무료백경 사람들은 모두 침묵을 지킨 채 그녀의 입에서 어떤 결정이 나오기만 을 기다렸다. 무료백경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마침내 소호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무료백경 "지금 우리는 무척이나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우리가 선 택한 전왕은 오룡맹과 정면으로 분쟁을 일으킨 상태이고
사태는 갈수 무료백경 록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이 싸움은 둘 중의 하나가 완전히 소멸되기 전에는 끝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무료백경 "......" 무료백경 "전 이미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결정이 과연 옳은 것인 지 아닌지는 시간이 지나기 전에는 알 수 없습니다. 하나 전 믿습니다. 무료백경 제 결정이 결코 틀린 것이 아니란 것을." 무료백경 소호는 말을 멈추고 사람들의 얼굴을 훑었다. 그들의 눈에는 어떤 기대가 실려 있었다. 무료백경 문득 소호가 빙긋 웃었다. 그러자 상인들의 얼굴에도 희미한 웃음이 떠올랐다. 무료백경 "전 전왕을 믿습니다. 그가 이 분란을 끝낼 겁니다." 무료백경 소호는 단호했다. 단사유에 대한 그녀의 믿음은 맹목적이리만치 확고했다. 무료백경 "앞으로 대천상단은 비상 체제에 들어갑니다. 만약을 대비해 한 아 무료백경 저씨께서는 탈출로를 정비해 주시고
우 아저씨는 우리에게 필요한 사 람들을 매수해 주세요. 돈이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으니 우리에게 필요 무료백경 한 사람을 확보하세요.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오룡맹의 동향에 특별 히 주의해 주세요." 무료백경 "알았습니다." 무료백경 "네
아가씨!" 무료백경 도박이었다. 만약 그녀가 선택한 단사유가 이번 겁난을 무사히 넘긴다면 대천상 무료백경 단 역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전왕이 꺾인다면 대천상단 역시 그저 그런 상단으로 전락했다가 몰락의 길을 걷고 말 무료백경 것이다. 지금 소호는 자신과 대천상단의 운명을 모두 단사유의 어깨에 건 것 무료백경 이다. 무료백경 "이번 겁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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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령은 웃었다. 험지에 갈 수밖에 없는 남자를 이토록 편하게 대해주는 여인이 또 있을까. 숭무련의 핏줄이라 그런 것인지 무인(武人)의 짝으로서는 그녀만한 여인이 없을 것 같았다
무료백경 "알겠어. 늦지 않도록 할게." "그래요. 이번엔 약속 지켜야 해요." 무료백경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주는 두 연인이다. 그것을 보는 연선하의 얼굴에 기이한 표정이 떠올랐다. 무료백경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데다가
어느새 자신의 반려까지 찾아버린 청풍이다. 낯설면서도 이상하게 안타깝다.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로 부러운 마음이 드는 연선하다. 무료백경 객잔을 나서는 연선하와 그녀를 따르는 청풍. 뜻밖의 동행
뒤엉킨 사슬이다. 무료백경 서영령을 연신 돌아보는 청풍의 앞으로 시리디 시린 겨울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차가운 중원의 대지가 그들 앞에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남경. 황제가 거하는 궁궐이 지척인 장원이었다. 햇살이 쏟아지는 정원에 찬바람이 머물다 흩어졌다. 살얼음 얼어있는 연못 위에 두 남자의 그림자가 비쳐들었다
무료백경 "무림맹은 어떻게 되었나?" "군산(君山)에서 개맹식을 연다고 하였습니다." 무료백경 "군산....." "구파는 물론이고 육대세가를 비롯한 무파(武派) 수십 곳이 군산으로 무인들을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 근래 최대 규모의 회합입니다." 무료백경 "혈겁(血劫)이 일어나겠군." "...그렇겠지요." 무료백경 암행중랑장 조홍이 한 남자의 등 뒤에서 강호의 일을 보고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 강호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묻어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상황은?" 무료백경 "단심맹과 신마맹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엄청난 숫자가 동정호로 모이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호광성 도지휘첨사 산하 세 명의 위지휘사가 단심맹의 손에 넘어갔고
신마맹 산하 아홉 개 방파가 무인들을 투입했습니다." 무료백경 군산은 산의 이름을 지녔지만
실제로는 동정호 가운데에 자리한 하나의 섬을 뜻한다. 군산(君山). 무료백경 고래로 수많은 전설들이 남겨져 아름다운 섬이다. 또한 이제 곧 전장이 되어버릴 섬이었다. 두 사람의 대화가 그것을 예고하고 있었다. "상당하군. 어떻게 나오리라 생각하나?" 무료백경 보고를 듣는 남자가 돌아섰다. 한쪽 귀에 암적색 귀걸이. 이 세상 사람 같지 않은 이질감이 맴돌고 있었다. 무료백경 "군산 장악과 호상봉쇄(湖上封鎖)
군산으로 향하는 군웅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 무림맹 자체의 해산보다는 그 상징적인 방해가 주목적이 되겠지요." "일리가 있어. 숫자는 얼마나 되지?" 무료백경 "위지휘사가 통괄하는 군사는 오천육백. 그들이 정말로 관군을 동원하기라도 한다면
적들의 숫자는 일만을 상회하게 될 것입니다." "무인으로 계산하면." 무료백경 "삼천에서 사천
막대한 희생이 불가피합니다." "사천....." 무료백경 숫자를 되뇌인다. 그가 문득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무료백경 "그것밖에 안되나...." 들리라고 한 소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무료백경 하지만 순간 조홍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것밖에 라니.....!' 무료백경 삼
사천 정도. 그것도 무인으로 환산했을 때의 숫자였다. 실제로는 만 명이 넘는 목숨이란 말이다. 무료백경 그대로 싸움이 벌어지면 적어도 수천의 생명들이 부질없는 죽음을 맞을 것이다. 그런데 뭐라고 했나. 무료백경 그것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런 것을 가볍게 생각한다. 무료백경 반선(反仙)의 경지. 어쩌면 이 남자는 명부에서 인세에 올라온 악선(惡仙)인지도 몰랐다. "단심궤들은?" 무료백경 "마찬가지로 이동들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몇 개나 살아남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확실하다 생각되는 것은?" 무료백경 "두 개 또는 세 개 정도. 일단 팽가 하나는 확실히 돌파할 것이라 생각됩니다만...." "개방 쪽은 어떤가? 그쪽이 가장 중요한데." 무료백경 "개방은... 불투명합니다. 고립무원인 상태로 몇 달을 버틴데다가
지닌 바 무공도 대단한 편이 못되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후개라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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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요. 그런 혼인.” 무료백경 그런 것이라면 이쪽에서 사양이다. 몸은 몸일 뿐이다. 무료백경 이런 식으로 처녀성을 잃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슬픈 노릇이지만
그것 하나로 인생을 책임지라고 말하는 것은
서영령 스스로가 용납할 수 없다. 엉뚱한 놈이 아니라
좋아지고 있던 남자에게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하야 한다. 미련을 버려야 하는 것이다. 무료백경 어차피 서로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하늘의 장난에 어처구니 없이 얽혀
서로에게 부담만을 주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악연이라 할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그와 그녀 사이에는 또 따로 이루어지기 무료백경 힘든 장벽이 존재하고 있는 바
굳이 일을 어렵게 만들어갈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무료백경 무료백경 무료백경 “혼인이 싫다면
다른 것이라도. 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겠습니다.” “역시나 당신은 모르고 있군요. 나는 그것이 싫다는 말이에요.” 무료백경 강한 어조로 말하는 서영령이나
그 목소리 안에는 아픔이 있었다. 차라리 청풍의 이 말을 듣지 않았더라면. 무료백경 그녀가 눈을 한번 감았다 떴다. 한 방울 맺혀 있던 눈물이 얼굴을 훔쳐냈던 계곡물에 섞여
속 눈썹에 맺힌 이슬이 되었다. “나는 강호인이에요. 보통의 규수처럼 생각하면 곤란하죠. 책임지겠다는 말은 하지 말아요. 그런 말을 해야겠다면
나를 사랑하게 된 후에 하세요. 어제 밤의 일은 무료백경 사고였고
거기에는 누구의 잘못도 없는 것이에요.” 청풍의 눈에 한 줄기 빛이 깃들었다. 무료백경 그제서야 알아챘다. 무슨 실수를 했는지. 무료백경 책임을 운운하기에는 지나치게 강한 여인이다. 상처가 되었을지언정
불행으로 생각지 않는다. 밝은 쪽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감내할 수 있는 여인이었다. 무료백경 “그래도. 분명
내 탓입니다. 나를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큰 도움도 받고 있지요. 나는 당신에게 해 줘야 하는 일이 많습니다.” 청풍. 무료백경 자꾸만 비슷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짜증이 날 만도 한데
이상하게도 밉게 들리진 않는다. 그것은 아마도
그의 말에 언제나 깃들어 있는 진실됨과 순수함 때문이리라. “끝까지 그러네요.” 무료백경 서영령이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 “정녕 그렇다면.......” 무료백경 짐짓 어제처럼 장난스런 눈빛을 떠올리는 그녀. “한 가지만 부탁을 할 게요.” 무료백경 청풍을 똑바로 쳐다보는 그녀의 얼굴에는 진하게 느껴지던 아픔이 다소나마 사라져 있었다. “앞으로는 더 친근하게 대하는 거에요. 의남매처럼요. 어차피
혼인은 안 한다해도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겠죠.” 무료백경 웃음까지 지어 보이는 서영령이다. 벌써 마음을 수습해 버린 것일까. 무료백경 청천벽력이 따로 없을 일임에도
순식간에 떨쳐냈다. 서영령. 무료백경 진실로 놀라운 여인이다. 청풍 자신은 어땠던가. 무료백경 무당파 명경을 보고 무공의 한계를 실감한 후
침잠되는 좌절에 한참 동안이나 제 정신을 차리지 못했었다. 그녀는 다르다. 무료백경 스스로의 감정을 다스릴 줄 알고
농담 같은 말까지 꺼내 놓는다. 그릇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무료백경 새벽을 제치고 밝아오는 동녘 하늘 빛무리가
유독 그녀의 주변에만 머무는 것 같을 정도. 아름다운 것은 둘째 치고
그녀는 실로 대단하다. 아니
그 대단하다 느끼는 성정이 그녀의 주변에 후광을 만드는 것인지도 몰랐다. 무료백경 고민을 하고
실망을 겪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미 사람이 아니겠지만
그것을 얼마나 잘 조절하고 극복하여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는 순전히 그 사람의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 것. 무료백경 분수를 모르고 한 이야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무공이야 어쩐지 몰라도
청풍은 그녀를 책임질만한 그릇이 못 된다. 무료백경 ‘아직은.’ 을지백이 말했던 천하와 또 다른 의미의 천하. 무료백경 그는 더 강해져야 했다. 무공 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무료백경 잠시의 눈물로 많은 것을 털어낼 수 있는 대범함을 지닌 그녀다. 배워야 한다. 무료백경 오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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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긱! 타탓! 무료백경 수면이 낮아진 곳. 청풍과 흠검단주가 몸을 날려
모래밭 심귀도에 올랐다. 무료백경 다시 배를 돌리려는 사공
흠검단주가 그를 만류했다. “아직은 돌아가지 마시오. 쫓아오던 배들이 침몰하는 때니까.” 무료백경 흠검단주의 웃음에 사공이 다시 한번 찔끔 겁을 먹었다. 아니나 다를까. 무료백경 안개 저편. 심상치 않은 물소리와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은은하게 들려오는 폭음(爆音)
무슨 일인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무료백경 “당 노인의 수작이다. 전부 헤엄쳐서 돌아가야 할 거야.”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흠검단주다. 무료백경 앞장서는 그. 청풍이 그 뒤를 서둘러 따라 붙었다. 오늘도. 무료백경 아슬아슬 하군요. 잠시 쉬어가는 타임입니다. 오랫동안 달려 왔죠. 재충전의 시기가 필요하겠습니다.^^ 무료백경 “큭큭큭. 무슨 바람이 불어서 여기까지 행차하셨나?” 무료백경 목소리는 괴팍스러웠으나
달궈진 화로 앞으로 보이는 음영은 장대하기만 했다. 등 뒤로 드리워진 그림자. 무료백경 웃통을 벗은 상태다. 허리춤에 묶어 놓은 상의. 무료백경 노인이라 했음에도
꿈틀거리는 등 근육이 대단하다. 후끈 후끈 느껴지는 열기에
후두둑 떨어지는 땀방울이 무척이나 역동적이었다. “바람이 불기는 불었지요. 두고두고 지켜보고 싶은 바람입니다.” 무료백경 “큭큭큭.” 당 노인. 무료백경 그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나직한 웃음소리를 울렸다. 붉게 달아오른 쇳덩이를 화로에서 꺼내며
커다란 망치를 치켜드는 모습. 백만 번 같은 동작을 반복한 사람만이 보일 수 있는 능숙함이 거기에 있었다. 무료백경 까앙! 까앙! 내리치는 동작이 물이 흐르듯 유연했다. 무료백경 잔잔한 미소를 지은 채 당 노인을 바라보는 흠검단주. 청풍은 그 옆에서 노 장인(匠人)이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을 한참이나 지켜보았다. 무료백경 까앙! 치이이이익! 무료백경 뿌연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물건이 만들어지고 다듬어지는 공간이다. 무료백경 탄생의 아름다움과 연련의 치열함이 함께 하는 곳이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효기(驍氣) 이 자식아. 얼른 나와서 정리해라.” 무료백경 “예.” 들려오는 대답. 무료백경 당 노인의 부름에 뒤편으로부터 한 명의 청년이 걸어 나왔다. 호리호리한 몸매
꽉 짜여진 기도가 인상적이다. 무료백경 이제 약관이나 되었을까. 다른 사람의 시선을 개의치 않은 채
커다란 망치와 쇳덩이들을 나른다. 무료백경 청풍과 흠검단주의 눈에 이채가 깃들었다. “우리는 저 쪽으로 가자고. 저 새끼는 그대로 두면 돼.” 무료백경 당 노인이 그 청년을 감추기라도 하듯
몸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몸을 돌리면서 그제서야 드러나는 얼굴. 무료백경 오랜 세월 불길에 그슬려서인지
그 건장한 몸보다 배는 늙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제대로 다듬지도 않은 수염과 깊이 패인 주름살에 장인 특유의 고집이 어려 있다. 허리춤 에 묶인 상의를 대충 추려 입는 모습에 외길을 걸어온 노인의 익숙함이 담겨 있었다. 무료백경 “그래. 이번에 데려온 새끼는 뭐하는 새끼냐.” 술인지 물인지. 무료백경 갈증이 치미는 듯
허리춤에 걸린 호리병을 들어 꿀꺽 꿀꺽 넘기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제 멋대로 말하는 노인이다. 무료백경 성큼 성큼 앞으로 걷다가
눈을 돌려 청풍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그리고. 무료백경 푸우우우우! 노인이 숨이 막히는 듯
입에 머금고 있던 물을 파악 뿜어냈다. 무료백경 크게 뜨여진 눈. 그가 흔들리는 눈빛으로 청풍의 양손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무료백경 “이 새끼. 뭐야?” 미간을 좁힌 당 노인. 무료백경 그의 눈에 걷잡을 수 없는 불신의 빛이 깃들어 있었다. 흠검단주를 돌아본 그. 무료백경 그가 흠검단주의 팔을 잡아끌어 옆으로 몰아넣는다. “저 새끼. 뭐냐고!?” 무료백경 “뭐냐니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흠검단주가 즐거움이 묻어나는 웃음을 지어냈다. 무료백경 “빨리 말해.” 쳐 죽일 기세. 무료백경 흠검단주가 두 눈에 웃음기를 머금고서 손으로 청풍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