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영세(좆소) 공장
주거래 은행이 발을 빼자 공장 운영이 어려워져 새로운 은행에 대출을 부탁 중인 사장
- 부탁입니다. 제발 저희 좀 살려주십시오
- 그 전에 제조 현장 좀 보여주시죠 사장님
뚝딱뚝딱 열심히 뭔가를 만들고 있는 제조 현장
빙글빙글
쇠 깎는 중
공장 안을 돌아다니며 유심히 지켜보는 은행원
여기도 손으로 뭔가를 조작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쇠 깎는 중
거의 다 수작업으로 하는군요?
수작업은 인건비가 많이 드는데 융자(대출) 승인하는 조건으로 자동화를 해야 한다면
하실 겁니까?
소레와...
다른 은행을 찾아야겠죠...
이건 나만의 경영철학 입니다! 이것만은 바꿀 수 없어요!
그런 사장을 무표정으로 쳐다보는 은행원
씨익
이렇게 정교한 기술이 있다니 대단하군요
컴퓨터 작업은 한계가 있죠
사장님의 그 곤조! 앞으로도 변함없길 바랍니다
- 그... 그러면!
- 예, 은행원으로서 여기서 바로 답변을 드릴 순 없지만
품의(상사한테 보고)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리가또... 혼또니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한자와 상!!
1991년
산업 중앙 은행에 면접을 보러 온 '한자와 나오키'(<- 사람 이름임)
면접장엔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 우리 은행에 꼭 근무할 필요가 있습니까? 다른 은행도 많은데요
- 아니요. 꼭 여기여야 합니다. 어릴 적 저희 집에서 작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자신의 과거썰을 풀기 시작하는 한자와
중학생 때 가업으로 하던 공장이 망할 위기에 처하고
아버지는 공장을 살리기 위해 무리하다 과로로 쓰러져 죽음
아버지가 죽고나자 주거래 은행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출 이자를 높여버림
그 절체절명의 순간
공장을 구원해 준 곳이 바로 '산업 중앙 은행' 이었다
산업 중앙 은행에 받은 은혜를 갚고 싶다는 한자와
꼭 갚게 해주십시오!
예예 잘 들었고요. 내일 12시까지 연락 없으면 떨어진 겁니다
면접에서 썰을 잘 풀었기 때문인지 산업 중앙 은행에 무사히 합격한 한자와
하지만 10년 뒤 일본의 버블 경제가 터지고 은행 운영이 어려워지자 산업 중앙 은행은 다른 은행과 합병을 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도쿄 중앙 은행'
한자와는 도쿄 중앙 은행의 4대 지점 중 하나인 오사카 지점 대출 심사 팀의 과장으로 부임한다
그리고 현재 한자와는 엄청난 궁지에 몰리고 만 것이다...!
(6개월 전)
- 어이 기말일까지 1주일 남았다고 1주일
- 본부에서 요구한 융자 금액 100억까지 딱 5억이 모자라
회의 시간에 부하를 쪼는 부지점장
아아 부지점장 말처럼 융자액 100억 엔을 달성만 한다면
우리 오사카 지점이 전국 최우수 지점으로 뽑히는 건 확실합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고과에도 영향이 있겠죠
흠... 내가 알아봤는데 서부 오사카 제강 회사랑 연락 한 번 해보세요
담당자는 신입이 맡도록 하고
- 하잇? 와타시 데스?
- 지점장님, 신입은 아직 2년차입니다
- 이런 큰 일은 아직...
- 잠시만
일을 배우는데 있어서 잔챙이 몇 마리 해치우는 거 보다 큰 놈 하나 해치우는 게 더 공부가 될 겁니다
한자와 과장, 당신이 좀 도와주세요
하잇... 지점장사마...
(서부 오사카 제강 회사)
차 타고 회사를 찾아 온 한자와 일행
차가 와도 신경도 안 쓰고 폰질하다가 신입이 부르니까 그때서야 쳐다보는 입구 경비
- 스미마셍, 여기 사장님...
- 차는 저기 대고 출입명부나 적어
뭔가 띠꺼운 표정의 한자와
사무실에서 20분동안 방치 되어 있는 두 사람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사무실에서 담배피고 노가리 까는 중인 직원들
아무리 울려도 누구도 받지 않는 전화
여기 좀 이상한데...
한참 기다리다 겨우 사장을 만나게 된다
첫 만남부터 사람을 깔아 보는 사장
저희 지점장한테 융자 얘기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만
- 아아 그거. 5, 6억 정도 운전자금이 필요하긴 한데
- 6억?!
- 부탁드립니다 사장님! 부디 저희 은행에서!
인사하는 신입을 제지하는 한자와
잠시 저희 은행에서 검토해 볼 수 있을까요?
검토?
제발 돈 좀 빌려가라고 부탁한 게 누군데?!
- 죄송합니다
머리를 숙이는 두 사람
은행으로 돌아와 지점장에게 보고중인 한자와
회사의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조금 더 조사해보고 싶다고 하자 딱 잡아떼는 지점장
이미 자신과 통화를 마쳤다고 한다
5억에 고정이율, 담보없이 신용대출
내일 아침까지 품의서(상부에 승인해달라고 올리는 문서) 제출하세요
- 에엣? 내일 아침까지는 너무 이릅니다
- 시간이 없어요
이 융자가 실행 되느냐 마느냐에 따라서
최우수 점포가 될지 안 될지가 결정됩니다. 무조건 하세요!
밤 새워서 품의서를 작성중인 신입
한자와도 집에 가지 않고 신입을 틈틈이 돌봐준다
자신의 책상 서랍을 열어보는 한자와
안에 들어있는 낡은 보관함을 꺼내서
딸칵
보관 되어있는 더러운 나사를 잠시 쳐다본다
다음 날
신입이 작성한 품의서를 살펴 보는 한자와
어딘가 조금씩 모자라 보인다
음. 이 정도면 잘 작성했어
마무리 작업은 내가 할테니 필요 서류들은 나한테 제출해
- 아침 회의 시작합니다~~
- 네, 바로 갑니다
노트북 사이에 문서를 끼워두고 일어선다
이거 회의 끝나고 내가 마무리할테니 가만히 놔둬
회의를 시작하고 한참동안 들어오지 않는 지점장과 부지점장
볼일 있다고 남은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하라네~
이상함을 느끼고 회의실을 박차고 나와 자신의 자리로 달려가는 한자와
노트북 사이에 끼워두었던 품의서가 사라졌다
지점장실로 들어가자 맘대로 품의서를 갖고가서 보고있는 지점장이 보인다
- 그건 아직 보완할 곳이 많이 남았습니다. 돌려주십시오
- 방금 전결로 본부 융자 심사부로 보냈네
- 시카시...!
- 와타시와!!!!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하는 겁니다 한자와 과장
우리 오사카 지점의 직원들을 위해서라도
이 품의는 반드시 통과시켜 주세요
지점장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결국 5억엔을 빌려주게 되고 최우수 점포로 선정된다
축하하네 정준호 지점장
정준호 지점장의 라인 상무이사 두꺼비
음흉한 표정으로 최우수 점포를 따낸 정준호에게 박수를 치고 있다
정준호가 최우수 점포에 목맨 이유는
엘리트 라인을 타던 중 유일하게 부족한 게 현장 경험이었기 때문
이로써 '최우수 점포' 타이틀을 가지고 본부의 임원에 한 발 더 다가가게 됨
- 1년 뒤엔 간부 자리 하나 맡을 게 뻔하지~
입사 동기랑 술 한잔 중인 한자와
은행은 인사가 다라고...
하 좆 같네...
(두 달 뒤)
적자?
5억엔을 빌려줬던 오사카 제강 회사가 적자가 났다는 소리를 듣고 관련 장부를 들춰보는 한자와
- 이 시산표(본인 회사 다닌 적 없어서 뭔지 모름) 니가 복사해온 거야?
- 아니요. 오사카 제강 회사에서 준 건데요
원본은 확인했어?
아니요...
분식 회계...
(떡볶이 분식 아님. 대우 조선 분식 회계 어쩌고 할 때 그거임)
오사카 제강 회사에 직접 찾아간 한자와와 신입
경리 과장을 닦달하기 시작한다
허 참 그게 왜 그랬지? 저도 잘... 조사를 좀 해봐야 겠네요
내가 하겠음
앗차차 근데 그 서류가 지금 세무사 사무실에 있어서요
소카?
그럼 영수증 줘보세요
그것도 세무사 사무실에 있나요?
아무말도 못하는 경리 과장에게 사장을 만나게 해달라고 하지만
그것도 모르겠다고 발뺌한다
하지만 내선으로 사장실에 전화를 걸어버린 청순 스시녀 때문에 들통이 나고 만다
조... 조또마떼 구다사이!!!
사장실에서 유유자적 담배 피우고 있는 사장
적자가 어떻게 난 건지 설명해 주시죠. 5억 엔 지금 바로 돌려받을 수도 있습니다
요놈 보게
너희들이 제발 좀 빌려가라고 해서 빌려줬더니?
분식이면 얘기가 다르죠
하 그래. 만약, 만약에 말이야. 우리가 분식했다고 치자
그럼 너희들은 그런 것도 못 알아차리고 돈을 대 준
병신들이란 얘기야 ㅇㅋ?
알았으면 돌아가주시죠?
이후 서부 오사카 제강 회사는 부도를 냈고
허무하게 도산해버리고 만다
긴급 회의를 연 지점장
제강 회사 사장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
야레야레... 분식 따위를 간파하지 못 하다니
한자와 과장! 어째서 간파하지 못 했지?
???????
- 제가 여러 번 이상하다고...
- 후자케루나!!
자그마치 5억 엔이다 5억!(한국 돈으로는 50억)
한자와! 너 때문이라고!
어이없는 책임 추궁에 살짝 정신이 나가버린 한자와
분명히 지점장님이 책임을 다 지신다고
아아 지금은 책임을 따질 때가 아닙니다
한자와 융자 과장! 어떻게 해서든 5억 회수해 오세요!